<EBS 희망풍경> 가정의 달 특집 3부작 가족의 페르소나 - 3부 자식, 가시방석 위의 캥거루방송날짜 : 2010년 5월 16일 밤 11시 20분 ※ 페르소나: 본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라틴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특히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이나 개인이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역할 기능의 여러 면을 의미한다.■ 기획의도가족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늘 따뜻한 기운이 솟는다. 가족은 서로의 허물과 상처를 보듬는 존재다. 밖에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돌아갈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어 눈물을 삼킬 수 있었으며, 가족이 있어 이를 악물고 참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진 풍파가 닥쳐도 가족이 똘똘 뭉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 모름지기 가족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우리의 가족은 그러한가. 어떤 이는 가족은 무를 수도 내칠 수도 없는 참혹한 관계라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는 가족 앞에서 극단의 소외를 경험한다 말한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처와 갈등과 침묵인 가족들이 의외로 많다. 사회를 이루는 최소단위인 가정, 화목하고 단란해야 한다는 당위는 있으나 실제로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더 큰 슬픔이 되고 마침내 포기 하고 마는 대한민국 가족들. 공식처럼 정석처럼 보이는 가족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가면을 벗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가족들을 옥죄는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아버지로, 어머니로, 자식으로 살아가는 일이 왜 이리도 외롭고 힘겨운가. 그 근원에는 어떤 페르소나가 있는 것일까. 이제 19세기의 가치관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가족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것은 대한민국 가족의 현주소일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가정을 꿈꾸는가. 나의 가족은 어떠한가?3부 자식, 가시방석 위의 캥거루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 속에 살아온 부모들은 마치 자식을 자신의 분신인 양 여기며 애지중지 혹은 쥐락펴락하며 키워왔다. 그렇게 부모들은 모름지기 내 자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의지대로 키워도 된다는 자식에 대한 강한 권위와 애착이 있었다. 어디 그 뿐 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뒷받침해줄 것만 같았던 부모의 무한 책임과 헌신 속에 자식들은 성장했다. 그렇게 19세기적인 가치관 속에 양육된 지금 자식들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스스로 자립할 시기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주머니 속에 웅크린 채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 아기 캥거루처럼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간다. 홀로서는 법을 잊은 채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로부터 연결된 심리적 탯줄을 끊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식들. 가족의 페르소나 3부는 부모의 그늘 속으로 아직도 파고들려고만 하는, 혹은 뒤늦게 세상 밖으로 힘겨운 걸음마를 내딛으며 난관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 자식들의 이야기이다. ■ 주요내용 ▶ 아직도 곁을 맴돌며 엄마를 떠날 수 없는 마흔의 딸, 진진연씨(40세)“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어요.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부모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똑같이 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받는 사람 입장은 다르거든요. 느끼거든요...”“누구든지 사랑은 받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엄마한테 잘했어요. 잘한 게 뭐냐 하면, 저보다도 엄마를 더 챙기고, 엄마 사랑 받으려고 하고...”한 여자가 있었다. 한 남자와 가정을 꾸린 그녀는 집안의 대(代)를 이을 수 있는 아들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기대는 번번이 어긋났다. 마침내 또 이어진 네 번째 출산. 결국은 또 딸이 태어났고, 그녀가 바로 진진연씨였다. 진진연씨는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채 집안에 커다란 실망과 불행만 안겨준 존재가 됐다.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그 순간부터 진진연씨에게는 원죄(原罪)가 지워졌다. 결국 어머니는 손수 작은 어머니까지 집안에 들여 그토록 원하던 아들을 봤지만, 그때부터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집안의 크고 작은 다툼들은 모두 진진연씨가 아들로만 태어났어도 벌어지지 않아도 될 일들이 됐다. 어머니의 푸념과 원망은 모두 진진연씨에게 돌아왔고, 모정에 대한 굶주림으로 진진연씨는 늘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 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자신의 울타리에서 품어주지 않았던 어머니와 그 둥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평생 몸부림쳐야했던 자식. 이제 불혹을 넘어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된 진진연씨가 아직도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려했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 이제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고 싶지만은 않아요 - 조현재씨(38세), 김미희씨(32세) 부부 “라면을 장롱 속에 넣어놓고 있는 집은 이 집밖에 없어요. 우리 장롱 열어보면 라면 있고, 과자 있고 그렇다니까요” “너무 많은 관심에서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요.”올해 네 살배기 딸을 둔 조현재, 김미희씨 부부. 결혼 후 줄곧 홀어머니와 함께 한 지붕 아래 살아가고 있는 조현재씨 부부에게는 누구에게도 드러내 놓고 말한 적 없는 몇 가지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라면이나 과자와 같은 간식거리를 어머니 눈을 피해 몰래 장롱에 숨겨두고 먹는다는 것. 자식들 건강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깊은 마음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간식 하나 마음껏 선택해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고 답답하기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옷은 물론 부부 침실의 이불과 커튼까지 당신의 취향을 고집하는 어머니 때문에 간혹 아내 김미희씨와는 말다툼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아내가 어머니의 뜻을 따라주길 은근히 바라게 되는 남편 조현재씨. 언제나 그랬듯 어머니가 만들어둔 틀대로 어머니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움직이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순항을 이뤘던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결혼 이후 어머니의 아들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이며, 아버지로 스스로 가정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서게 된 그. 요즘의 조현재씨는 자신에게도 세상의 거친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 만큼의 강인함이 있는지를 자꾸만 묻게 된다. ▶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자? 엄마의 막다른 선택으로 삶을 송두리째 잃을 뻔 했던 딸, 이소영씨(29세)선천성 백내장과 소안구증으로 시력을 모두 잃은 이소영씨. 그러나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음악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작곡을 시작하며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그녀. 그러나 시각장애를 가진 소영씨와 지적장애를 가진 그녀의 언니를 홀로 보듬어 살아가야하는 어머니에게는 세상이 너무나 버겁고 힘겨웠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부터 홀로 생계를 꾸리며 버텼지만 한번 빠진 가난의 늪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삶을 포기 하고 싶어도 장애를 가진 두 딸을 두고는 차마 홀로 눈을 감을 수도 없었던 어머니. 그러나 결국 7년 전 벼랑 끝에 내몰린 어머니는 막다른 선택,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그리고 죽어서도 씻지 못할 죄를 지으려는 순간 딸들의 울부짖음에 비로소 당신의 섣부른 판단에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때 만약 어머니의 선택이 행동으로 옮겨졌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로부터 3년 뒤,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며 음악 지도자로서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는 29살 청춘의 그녀가 과연 여기 이 자리에 있기나 했을까. 프로그램 다시보기 (클릭)